바이어에게 불량 연락이 오는 날이면, 일단 하던 일을 멈추게 됩니다.
메시지를 읽고 바로 답을 쓰지는 못합니다. 사진이 있으면 몇 번씩 확대해서 보고, 보내온 내용을 다시 읽습니다. 아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전인데도 머릿속은 바빠집니다. 몇 개나 문제가 된 걸까. 같은 시기에 만든 다른 물건은 괜찮을까. 이미 출고된 제품까지 확인해야 할까.
바이어에게는 먼저 확인해보겠다고 답합니다. 그 짧은 문장을 보내고 나면 이제 정말 확인해야 할 일들이 시작됩니다.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건지, 작업하는 중에 놓친 건지, 마지막 확인 단계에서 발견하지 못한 건지 하나씩 살펴봅니다. 직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고, 남아 있는 제품도 확인합니다. 급한 마음에 누군가를 먼저 탓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그러면 정작 중요한 원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찾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있는 제품은 어떻게 할지, 이미 나간 제품은 어디까지 확인할지, 바이어에게 언제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작업 방법이나 확인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이때부터는 제 머릿속에 질문이 계속 쌓입니다. 지금 하는 조치로 충분할까. 빠뜨린 건 없을까. 바이어가 이 설명을 받아들일까. 오늘 정한 방식이 현장에서 계속 지켜질 수 있을까.
직원들과 의논하다 보면 의견이 다를 때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과 그에 필요한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바이어에게 어떤 답을 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가 또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보는 자리가 다르니 의견이 다른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도 제 생각대로 결정해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제가 처음 생각한 방법을 접고 직원들의 말을 따라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는 제가 방향을 정합니다. 그 선택이 맞았는지도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대표니까 결정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정해야 하는 자리에 서보니, 선택지를 고르는 것보다 그 뒤의 일을 감당하는 게 더 무겁습니다.
바이어가 납득하지 못하면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조치가 부족했다면 더 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힘들어하더라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제가 내린 결정 때문에 일이 더 어려워졌다면 그 역시 인정해야 하고요.
작은 회사의 대표라고 해서 모든 답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연락을 받고 당황할 때가 있고, 여러 이야기를 듣고도 무엇이 맞는지 쉽게 판단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괜히 마음이 급해져 목소리가 높아진 뒤 후회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대표라는 말이 참 무겁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길 수는 있어도, 마지막 책임까지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피하지 않는 것. 먼저 확인하고, 사람들의 말을 듣고, 원인과 해결 방법을 분명히 하는 것. 완벽한 답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알 수 있는 것들로 결정을 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은 고쳐 나가는 것.
오늘도 모든 일이 시원하게 끝난 건 아닙니다. 확인할 것이 남아 있고, 바이어의 답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도 할 일을 하나씩 적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아마 다음에 비슷한 연락이 와도 여전히 걱정부터 될 겁니다. 대표라는 자리에 익숙해진다고 해서 이런 일이 가벼워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무게를 느끼면서도, 제가 해야 할 결정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바이어에게 문제가 있다는 연락이 왔고, 원인을 찾아 다시는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면, 무엇부터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저도 아직 이런 순간마다 답을 찾는 중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당신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 해우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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