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과 함께 일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서로를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할 때가 있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면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같을 것이고, 친한 친구라면 함께했던 시간만큼 서로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과 일하는 것이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함께 일을 시작하면,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해야 합니다. 일정이 늦어지면 이유를 물어야 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작업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듣기 불편한 말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가족이나 친한 친구라면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부터 조심스러워집니다.
다른 직원에게는 업무상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인데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괜히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대표라는 이유로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회사에서 있었던 감정이 집이나 개인적인 관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됩니다.
반대로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더 쉽게 말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직원에게라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표현했을 말을, 편한 사이라는 이유로 감정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 말은 이해하겠지’, ‘내가 어떤 뜻으로 말하는지 알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상처를 덜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를 잘 안다는 생각 때문에 설명을 생략하고, 그 생략된 자리에는 각자의 오해가 들어갑니다.
저는 회사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가까운 사람에게 무시당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주기를 바랐지만, 저는 업무를 가볍게 생각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어려운 것은 공과 사의 경계를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회사에서는 회사 일로만 생각하자”고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정확하게 나뉘지는 않습니다. 회의 중에 들었던 말이 퇴근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하면서 쌓인 서운함이 집이나 개인적인 만남에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가까운 사람과 일하다 보면 배려와 특혜의 경계도 고민하게 됩니다.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한 번쯤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어도 기다려주고 싶고, 실수가 있어도 먼저 감싸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까운 사람을 향한 자연스러운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같은 실수인데 누구에게는 엄격하고 누구에게는 너그럽다면, 회사의 기준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배려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공정한 대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까운 사람에게 유난히 더 엄격하게 대하는 것도 옳은지 고민하게 됩니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봐주는 것도 문제이고,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인가’보다 ‘어떤 일인가’를 먼저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회사가 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같은 상황에 다른 직원이 있었다면 어떻게 판단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감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결정의 기준만큼은 모든 사람에게 비슷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말을 차갑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업무에 관한 판단은 분명하게 하되, 사람에게는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당신이 잘못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 업무의 이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오래 알고 지낸 관계를 믿고 설명을 줄이기보다,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역시 이것을 언제나 잘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급한 일이 생기거나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마음이 먼저 앞설 때가 있습니다.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왜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느냐는 서운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상대방도 ‘우리 사이에 이 정도도 이해해주지 못하느냐’는 마음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관계만 이야기하면 업무가 흐려지고, 업무만 이야기하면 관계가 다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두 가지를 계속 조정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의 대화로 공과 사의 경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디까지가 업무이고 어디서부터가 감정인지 다시 살펴보는 일입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과 일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도,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잘 안다는 것은 분명 큰 힘이 됩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 버틸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알아주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관계가 오래 이어지려면 믿음만큼이나 기준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일은 정해진 기준으로 판단하고, 마음에 남은 감정은 업무가 끝난 뒤 따로 이야기하는 것. 잘못된 일은 분명하게 짚되, 상대방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것. 가까운 사람에게 특혜를 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더 많은 희생을 당연하게 요구하지도 않는 것.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지키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사람과 오래 일하고 싶다면, 불편한 이야기를 피하는 것만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감정이 크게 쌓이기 전에 조심스럽게 꺼내고,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
일로 생긴 갈등이 관계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서로 잊지 않는 것.
아마 그것이 가까운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제가 계속 배워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족이나 오랜 친구와 함께 일하다 의견이 달라졌을 때, 관계를 먼저 생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회사의 기준과 원칙을 먼저 생각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가까운 사람에게만큼은 조금 더 이해해주는 것이 배려일까요, 아니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진짜 배려일까요?
저도 아직 그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관계와 일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 해우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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